안녕하세요! 비행하는 헬리파일럿입니다.
운송용 조종사 면장은 자격증명의 최상위 등급입니다. 에어라인 기장도 법적으로는 이 면장이 있어야 앉을 수 있고, 항공법상 조종사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업무를 커버합니다. 영어로 ATPL(Airline Transport Pilot License)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헬기 쪽은 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흘러갑니다. 막상 따려고 하면 막혀 있고, 어렵게 따더라도 국내에서 쓸 곳이 없습니다. 오늘은 그 현실을 솔직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운송용 면장이란 무엇인가
항공안전법상 조종사 자격증명은 자가용 - 사업용 - 운송용 순서로 위계가 올라갑니다. 운송용이 그 끝판왕입니다.
헬리콥터 운송용 조종사 면장의 응시 요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비행시간 기준은 사업용(150시간)보다 훨씬 높습니다. 헬기는 1,000시간, 비행기는 1,500시간으로 기준이 다릅니다. 헬기 조종사 기준으로 1,000시간이면 군 경력자이거나 민간에서 수년을 쌓은 경력자 수준입니다. 비행기 운송용 면장이 있으면 에어라인 기장직도 법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참고로 에어라인 부기장은 사업용 면장만 있어도 됩니다.
운송용 면장으로 할 수 있는 일
한국에서 헬기 운송용 면장을 갖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국내 헬기 운용 기관 대부분은 소방청, 경찰청, 산림청, 군, 해양경찰 같은 국가 기관이거나 사업용 비정기 운항 업체입니다. 이 조직들에서 헬기를 조종하려면 사업용 면장으로 충분합니다.
운송용 면장이 진짜 의미를 갖는 것은 해외 offshore 시장입니다. 북해, 멕시코만, 서아프리카 유전지대처럼 비행기가 접근하기 어려운 해상 플랫폼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헬기 운항 회사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Bristow Group, PHI Air Medical 같은 곳입니다. 이런 회사들이 요구하는 자격이 바로 ATPL(H), 즉 헬기 운송용 면장입니다.
북해에서 석유 플랫폼으로 인원을 수송하는 S-92나 AW189 같은 대형 헬기를 몰고 싶다면, 운송용 면장은 필수입니다. 연봉도 국내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동남아쪽도 어느정도 수요가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한국은 없습니다.
한국에서 운송용 면장을 따기 어려운 진짜 이유
핵심은 실기시험 방식에 있습니다. 운송용 조종사 실기시험은 실제 헬기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 실기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구술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구술시험으로 전환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사업용 면장과 계기 한정을 갖추고, 여기에 타입한정(Type Rating)까지 보유해야 합니다. 타입한정이란 특정 기종을 조종할 수 있다는 별도 자격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타입한정이 인정되는 헬기 기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수리온을 운용한 경력이 있는 사람만 이 루트를 쓸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타입한정 없이 실기시험을 치르면 될까요? 이쪽도 막혀 있습니다. 운송용 실기시험에 쓸 헬기를 일반인이 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법적으로 실기시험에 사용하는 비행기(회전익 포함)는 발동기가 2개 이상이어야 하는 요건도 있습니다. 이런 기체를 개인이 섭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정리하면 아래 그림처럼 됩니다. 헬리콥터 사업용 구술 시험 준비는 이미 별도로 다룬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구술시험을 보려면 타입한정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서 타입한정을 딸 수 있는 기종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실기시험을 치르자니 적합한 헬기를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양쪽 다 막혀 있는 겁니다.
이 구조 때문에 현재로선 수리온을 운용한 경력이 있는 조종사가 가장 현실적인 취득 루트를 갖고 있습니다.
운송용 면장은 분명히 조종사 자격의 최정점입니다. 하지만 한국 헬기 환경에서는 그 가치가 제한적입니다. 딸 수 있는 환경도 갖춰져 있지 않고, 딴다 해도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자리가 없습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오히려 외국 면장 취득을 먼저 검토하시길 권합니다.
